프롤로그
사람의 일이란, 정말 알수가 없습니다..
한치 앞을 알수없는데, 왜그리 눈앞세상에 욕심을 내는지..
정말이지, 서울서 나고, 자라고,학교다니고, 첫직장에 들어가 결혼까지 했던 내가,
지방의 소도시로 생활터전을 옮기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또한, 어릴때부터 아버지와 형과 함께 오직 붕어 대낚시만 해왔던 내가,
당시에 붕어꾼 사이에서 다소 천박(?)하게 여기던 잉어 릴 낚시를 하게 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지만, 운명의 수레바퀴는 개인의 막연한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어 종종 예기치 못했던 방향으로 움직여,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거역 할수 없는힘을 갖고 굴러 갑니다..
물론, 나도 그 거대한 수레바퀴의 굴레에서 빠져 나오는 예외는 될 수 없었는가 봅니다..
청풍조객의 잉어낚시 season2 제 1 부 - 청풍호의 노인들..
1995년 초가을의 어느날, 8년을 넘게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달정도 정리의 시기를 갖고져,내자와 함께
국내 명승지 몇곳을 여행할 계획을 세웠다..
내자는 해외여행을 가자했지만, 그간 내가 하던일이 1년이면 4~5달을 해외 출장을 다니던 일 이라 정말이지,
해외 특히, 비행기라면 지긋지긋 하다못해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었으니, 일거에 내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자동차를 이용해 그동안 가보고는 싶었지만, 바뻐서 찾지 못한 곳들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낚시꾼이 뭐 어딜 가겠는가?
설악산에 들러 2~3박 정도를 하면서, 등산도 하고, 그동안 못놀아 주었던 큰애를 데리고
산 이곳저곳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중 내자가 발목을 삐끗해서 일정을 며칠 앞당겨
서울로 돌아 왔네.. 내심 낚시나 마음편히 며칠 하고싶었지만, 여행에 들뜬 가족들에게
차마 말꺼내기가 어려웠는데, 이게 참, 잘 되었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장비를 챙기고 야영준비를 하고, 내자를 잘 달래놓고, 혼자서 낚시길에 올라,
그간 가보고 싶었던 파로호로 제일먼저 자동차의 방향을 잡았다..
비록, 노인이 세상을 등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웬지 다시 파로호 그 자리에
노인이 아직도 큰 잉어와 씨름을 하고있을것 같은 상상(환상인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나도모르게 무작정 그쪽으로 가려고 했었던것 같다..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았을때 이미, 더 이상 그 자리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고
난 뒤의 일이었다..
배터도 없어지고, 배를 타야만 진입할수 있었던곳이, 포장되어 자동차 도로로 연결되어, 도로 가드레일
저 아래쪽 어디같은데, 이곳이 그곳같고, 저곳도 그곳같고, 게다가 만수위에 임박해 설령 그 자리를 알았다 하더라도,
그시기에는 이미 낚시를 펼 자리가 나오지 않았다.. 참 맹랑했었다..
소양강으로? 화천댐 근처로? 잘가던 대성리 위쪽으로?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왠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그길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니 뜻밖의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일은 전혀 개인적인 일 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기로 하고,
요약하면, 충북 제천이라는 곳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뭐 이런 이야기..
( 이런결정이 있기까지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적인 갭이 있었지만 )
기실, 어릴때부터 막연하게 지방 소도시에 사는것을 꿈꾸기는 했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울태생의 서울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막연하게,
번잡스런 대도시 생활에 신물이나서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해보았으리라..
각설하고, 제천 이라는곳은 낚시하는 사람들 에게는 그야말로 천당이 따로없는 곳 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집에서 3~40분 남짓으로 드넓은 충주호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었으니,
제천으로 내려와서 삼,사 년간 이구석 저구석 안다녀 본곳이 없도록 충주호 전역을 누비고 다녔으니,
참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부지런히 다녔나 보다..
당시에는 한창 나이라, 일주일에 적어도 3~4일을 새벽 5시면 출발해서 저녁 5시에 철수
하는 강행군 에도(일을 밤에 하므로 낮에 시간이..) 새로운 낚시터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으로
피곤하기는 커녕, 일마치고 새벽 한두시가 넘은시간에 잠자리에 누우면,
“내일은 어디로 갈까?”
“일주일 전부터 밑밥 퍼부었던 곳으로 가나?”
“오다보니 그럴싸한 곳이 있던데 새로 한번 파 볼까?”
요런 상상을 하며, 기분좋게 잠들곤 했으니.. 역시 꾼은 할 수 없었나 보다..
수산리 전경
어차피, 타향이기도 하고 성격상 여럿이 어울리는것을 즐겨 하지않는편이라 낚시길은 늘 혼자였지만,
낚시터에 도착하면, 낚시터마다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노인들이 장박을 하고있었다..
청풍호 수산지역, 연론리입구 단청교, 물이들어와야 낚시가되는 지곡리,서곡리,도곡리,연론리 끝자락 용곡리,
청풍호 지류인 제천천 하류지역인 삼탄, 미라실, 공이교와 월악선착장 부근과 다람쥐섬
단양권 최상류 군간 소수력 발전소와 그 중류권 향산, 하류권 도담삼봉 선착장과 상진대교, 하진리 와
제천서 가장 가까운, 중전리와 그인근지역 교리등 어느곳에나 비슷한 외모를 가진 노인들이 있었다..
워낙에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라, 그노인들과 그리 깊은 대화를 나눈적은 없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인사도 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던것 같았다..
대개, 개인적인 차이는 있을 지언정 노인들의 살아온 이야기는 외모만큼이나, 대동소이했으며,
특별히 기억나거나 하는 내용은 그리 없었던것으로 기억된다..
다만,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노인들이 하나둘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그저, 짐작으로
"아, 이노인이 세상을 등졌나부다.." 라고 추측해 볼 따름이었으며,
나도 언젠가는 나보다 젊은 낚시꾼들에게 기억의 한편으로 잊혀져가는 노인이 되겠거니 하는 생각이
더러 들때가 있어, 그럴때면 가져간 소주병의 첫잔은 한때나마 같이했던 노인들의 모습을그리며,
다소 처량한 마음으로 땅에 붓곤 했었다..
이렇게 무작정 본류권을 향한 낚시를 몇년인가 계속했나보다..
노력에 비해 소득이 적은 낚시를 말이다..
본격적으로 포인트를 정하고,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경험과 통계를 바탕에둔 낚시를 시작한것은,
제천에 내려와 3년도 훨씬지난 시점의 일 이었으니, 그계기가 될만한 자그마한 사건이 있었다..
중전리에서 한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노인을 통해 잉어낚시의 흐름을 비로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또한, 노인의 인생 이야기도 다른 노인들과는 좀 다른 점이 있었으니, 몇달 되지않은 짧은 만남을 통해,
이것저것 낚시기법 등을 그 노인을 통해 자연스레 습득하게 되었다..
청풍조객의 잉어낚시 season2 제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