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인가요?
인터넷에서 잉어낚시가 막 활성화 되기 시작하던 시절,
처음으로 가입했던 대물잉어라는 사이트에 연말특집으로 올렸던 글 입니다..
당시 그 사이트의 주축 구성인원을 중심으로 구성한 꽁트(?)성의 글 이었습니다..
잉어제국의 멸망
때는 잉기 삼만칠천오백삼십오년(인간력 서기2003년) 초겨울 어느날 충주국(충주호) 용궁에서는 여느때와는 달리 비장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충주용왕의 주재로 열리고 있는 어족보호 범국가 연합회의에 충주국의 중추대신들은 물론,
소양국(소양호)용왕의 장남인 소양 잉태자와
대청국(대청호)총리인 대청 배스총관을 비롯하여
청평국(청평댐)공주인 청평 잉낭자,
안동국(안동댐)의 실세 후계자인 안동 백연어세자,
북한강 하류의 물고기의 민생을 담당하는 한강 가물치군관,
남한강상류일대의 실력자인 군간 쏘가리대감
등등 전국각지의 지류천과 저수지,댐을 대표하는 수많은 어족대표자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미 회의가 시작된지 삼일이 지났건만 충주용왕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져 가고 있는게 아무래도 심상치않은 큰 변고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 그 뭐라고? 그 뭐가 큰지는 모르겠지만, 대물 뭐?”
“대물신마(大物神魔)이옵니다 폐하” 충주국 총리인 장어대신이 얼른 끼어든다.
“그래 바로 그 대물신마란 자가 새로이 방을 만들었다고?”
“대물잉방(大物鯉幫) 이라는 방파인데 그자의 과거전력으로 볼때 보통방파는 아닌 것 같사옵니다.”
수심이 가득 깃든 목소리로 소양잉태자가 거들고 나선다.
“대체 어떤 자 이길래 용왕님께서 저리 근심걱정이 태산일꼬......”
안동백연어세자가 궁금함을 참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한심하다는 듯이 쏘아보는 소양잉태자와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눈을 피한다. 그러면서도 연신 고개를 갸웃 하는게 궁금증이 더해가는 눈치다.
소양잉태자는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천천히 입을떼기 시작 한다
“대물신마의 천인공노할 잔혹함은 이미 용궁세계에서 정평이 나있습니다. 이미 수십년전부터
이방파, 저방파를 기웃거리면서 수많은 우리 잉어동족을 해쳤을 뿐 아니라 어종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포획 하는 등
가히 어족포획의 기술은 신기(神技)에 이르렀다 할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우는 발갱이도 대물신마가 온다하면 울음을 뚝 그친다는 말까지 항간에 나도는 실정이니....“
“아니 그자가요? 제가알기로는 그자는 최근에는 어족포획활동을 안한다고 들었는데요?”
군간쏘가리 대감이 눈을 껌벅이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습니다, 최근몇년간은 그자의 활동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천만다행으로
몸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답니다. 우리는 모두 잉어신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제발그자를 데려가게 해달라고 ,
처음 몇 년 간은 잉어신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듯 했습니다.
정말 행복한 나날들 이었습니다. 모두들 이제는 지느러미 쭉뻗고 잘수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작금에 이르러 그자가 강호조림(江湖釣林)의 초고수 낚시꾼들을 끌어모아 새로운 방파를 만든다고 하니 오오 잉어신이시여..... “
소양잉태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보이기시작했다.
“눈물을 거두시오 소양태자!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됩니다. 문제는 그자가 초빙한 낚시꾼들도 보통꾼들이 아니라는 게요.”
단호한 음성이 좌중에서 터져 나왔다. 모두들 고개를 돌려 소리난 쪽을 바라보는데 홀연히 얼룩덜룩한 갑옷을 입은
한강가물치 군관이 나서며 말을 잇는다.
“그자가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은 치어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자가 초빙한 낚시꾼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더더욱
가공할 일이 벌어지라고 쉽게 짐작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 대체... 어떤 놈들 이길래 그토록 강인한 가물치군관이.....”
충주용왕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한강가물치군관을 바라본다.
“제가알고 있는 낚시꾼은 잠시뒤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청평잉공주님의 말씀을 들어보시지요”
가물치군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는 듯한 청평잉공주의 말이 이어지는데 어쩐지 오늘은 그 소리가 슬픔에 젖어있는 듯하다.
“충주용왕님 소녀 청평 문안드리옵니다.”
“오오 청평공주 그래 얼마나 상심이 크겠소, 오래비를 잃은 심정을 천하에 무엇으로 달랠수 있겠소. 정말 장래가 촉망되는 훌륭한 잉어청년이었는데....
우리도 그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안타깝고, 슬퍼 했다오 대체 어떤자에게 당했는지 소상히 말해주시오.”
“그 - 자 - 는”
이제껏 울먹이던 청평공주의 음성이 아니다. 은쟁반을 구르는 옥구슬의 음성도 아니다.
복수심에 못이겨 앙칼진 원한에 찬 목소리다.
“그자는 바로, 바로,... 송기교주(宋基敎主)입니다.”
“앗!”
“허걱”
“오오 이런”
놀람과 탄식의 소리가 좌중을 뒤엎었다.
송기교주 그가 누구인가!!! 강통(剛筒)과 솔차(率叉)로 무장한 정통공격의 최고수가
아니던가? 그의 솔차 던지기는 감히 당금 강호조림에서 따라 올 자가 없을 정도로 장타와
정확성을 겸비하였으며 청평권일대에서는 이미 그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물을 가를정도였다.
송기교주가 탄 카키색 이수타나(夷獸打倮) 마차가 물가에 모습을 나타내면 사방백리내의 모든 물고기들이 숨을 곳을 찾아
혼비백산 줄행랑을 친다는 바로, 그 전설적인 상승고수 송기교주인 것이다.
“불행히도 그자 송기교주가 맞습니다. 소녀는 제발 그자가 아니길 바랬는데.. 그자의 무공은 이미 입신의 경지에 달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게다가 이자는 인간사회에서 잉조신교라는 마교를 만들어 그자의 감언이설에 속아 교당에 모여든 선량한 신도들에게 교묘한 방법으로
낚시를 가르쳐 일요일마다 헌금대신 잉어를 바치게하는등 그의 악명이 전국의 온 물길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자가 대물신마와 호흡을 맞춰 우리 청평국을 공격한다면 오라버니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청평국은 대겁난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입니다. 제발 청평국을 도와주세요 여러분...”
“그자가 최근에 한강하류에서도 모습을 자주 드러내곤 합니다. 누치정보원의 보고에 의하면 최근 여러차례 성산지구에서 목격되었답니다.
게다가 무기를 새로이 장만한 듯 보이는데, 그 악독하기로 소문난 악덕기업 반도(叛徒)에서 만든 수벌(首伐)4.5 대를 휘두른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가물치군관이 덧붙인다.
“저, 저런 강통도 모자라 이번엔 수벌대 까지 사용한다니.....”
용왕이 장탄식을 하는데 다시 가물치군관이 가로막고 나서며,
“그뿐만이 아닙니다 정확한 소식에 의하면 타롱벽력수(打曨霹靂手)도 대물잉방으로 가입하였다 합니다.”
“악”
“안돼”
또다시 경악의 소리가 용궁을 뒤덮었다.
타롱벽력수!! 말그대로 어두움을 벽력같이 깨버린다는 강호조림의 잔인한 사냥꾼.
다롱이라는 이상한 개도 아니고 강아지도 아닌 괴물을 데리고 다니며 한번 시작한 어족포획은 끝을 보기 전까지 절대로 물러나지 않고
끈질기고 악착같이 사냥하는 냉혹한.
강호조림의 초 고수들도 그가 나타나면 슬슬 꼬리를 내린다는 바로 그 타롱벽력수도 대물잉방으로 온 것 이었다.
“그자의 일란도라(日蘭刀裸)라는 마차의 짐칸에는 몇 달을 버틸수 있는 식량이 가득차 있다 합니다. 정말 지독한자 입니다.”
장어대신이 아는 체 하면서 덧붙인다.
“게다가 그자는 자기 안사람 까지 마차에 데리고 마니며 전국 어느 곳이던지 물고기가 있는곳 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장박신공을 펼치는
아주 집요하고 냉혹한 초 고수 입니다.”
“어허,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말끝을 흐리는 용왕이 모습이 애처롭기조차 하다.
“소신이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장어대신이 용기를 내어 좌중앞으로 나선다.
“그래 어차피 다가올 일인데... 다 말하시오.”
“소신이 알기로는 청산귀(靑酸鬼)도 역시 그곳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그럴수가”
좌중이 다시 술렁인다
청산귀는 누구인가!! 다년간 색목인과 검둥이 노예상을 하면서 이미 노예를 잔혹히 다루는 것으로 전세계에 소문난 악독한 자가 아니던가!!
그 악독한 청산귀가 노예들로부터 각국의 최신무공을 훔쳐 배워 강호조림에 발을 딛자마자
어족자원을 잔혹히 제거해가고 있는 신흥고수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청산가리라도 물에 풀어 어족을 멸하겠다는 그의 단호한 결의에서 비롯된 그의 별호
청 - 산 - 귀 !!!!
이런 자 까지 대물잉방에 가입했다하니 용왕의 근심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었다.
“그 정도로 끝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용왕폐하 저도 한 가지 사실을 하나 알고는 있는데 폐하의 심기가 불편한 듯 싶어 선뜻 아뢰기 어렵사옵니다.“
“그대는 누구인고?”
용왕이 목을 길게 빼고 좌중의 거의 맨 뒤를 쳐다 본다.
“폐하 소신은 강원도 산골의 조그만 저수지인 시체(屍體)지를 다스리는 허잡한 잉어이옵니다.”
“허잡잉어라?, 시체지라? 거 괴이한 이름도 다 있구나”
“폐하 통촉 하옵소서 원래는 00지라 했는데 지난가을 대물잉방의 습격으로 쑥대밭이 된
이후로 저수지 물고기 모두가 그렇게 칭하고 있습니다.“
“허허 저런 일이있나....”
“아니, 그때는 아직 대물잉방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도 못할 때 일텐데...”
“어떻게 그런 일이...”
“저런 쳐 죽일 놈들이 있나...”
좌중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자, 자 여러분 정숙하시고 허잡잉어의 말을 들어봅시다.”
“그럽시다. 자 조용조용..”
“허잡잉어는 어서 말을 해 보거라”
“지난가을 이었습니다. 한떼의 낚시꾼들이 몰려왔습니다. 저희들은 처음에는 그저 흔히 있는 일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자들의 무공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다른 풋내기 낚시꾼들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거리에도 거침없이 떡딩폭탄이 날라왔습니다.
또한 요소요소에 정확히 지뢰 떡딩을 심어놓았습니다. 우리가족들은 손쓸 틈도 없이 그자들의 공격에 무참한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럼 그자들이 바로 그 대물잉방의?.....”
“바로 맞추셨습니다. 바로 그자들이 대물잉방의 초고수 들이었습니다. 그중에 잔혹하기가 눈에 띄는 고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자기들끼리 하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서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또 누구인가? 빨리 아뢰어라.” 장어대신이 아첨을 한다.
“바로 등선생(藤先生)이었습니다.”
“등선생 이라??....”
“몸집이 띵띵한게 아주 심술궂게 생긴 자 이었는데, 그자는 등나무처럼 이리저리 수벌4.5대와 3.6대 강통등을 어지럽게 널어놓고 우리잉어들이
그사이에서 길을 잃고 해메다가 결국 허기가 져서 떡딩이에 손을 대게 하는 생전 처음 보는 무시무시한 무공 이었습니다.“
“오오”
“저런 야비한....”
다시좌중이 소란스러워진다.
“게다가 그 등선생이란 자는 아마도 인간학교의 선생인 듯 싶은데 학교에서 공부는 안가르치고 낚시만 가르치는 모양입니다.
큰일입니다. 그런고수 밑에서 배운아이들이 성장해서 우리제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게 뻔하니....“
“그럼 그 등선생 말고는 다른 고수는 없었소?”
오랜만에 소양잉태자가 대화에 끼어든다.
“왜 없었겠습니까, 그지역에 사는 홍천탈명(紅川奪命)이란 자가 있었습니다
그자는 이름에도 나와 있듯이 강이 붉게 물들여지도록 어족자원의 목숨을 앗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아주 험악한 자입니다.
이자는 민물고기라면 못먹는게 없고 심지어 우리의 사촌뻘이 되는 개구리,두꺼비,뱀,도룡뇽등 까지 닥치는대로 잡아 먹어치우는
아주 악랄하고 잔인무도한 자 입니다. 특히 지역에서 곡식관계 사업을하면서 공장에서 일은 안하고 매일 낚시무기제조에 시간을 보내는
집요하고도 위험한자 입니다. 이번에도 이자가 미리 저수지에 다량의 미혼약을 풀어놓아서 더욱 피해가 컸습니다.“
“그 이외에도 아수라천사(阿修羅千死)라는 잔혹한 고수가 있는데 하루에 천마리의 물고기를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무서운 고수입니다.
그자는 그 악랄한 수벌4.5대를 벌려놓고 전자장치를 이용한 초인종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초인종이 울릴때마다 우리 동족을 건져내
땅바닥에 패대기를 치는등 그잔악함이 이루말할수 없는 자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우리동족들을 말살할 무기 중개상을 그무슨 까페 라는곳에다
차려놓고 호시탐탐 어족자원말살을 노리는 극악무도한 자입니다.“
“또한, 용귀사마신(龍鬼死魔神)도 합류한 것으로 확인 되고있습니다.
키는 작달막 하고, 염소수염을 얍삽하게 붙이고 다니는 자인데, 겉으로는 인자한척 하지만, 그 속내는 시커멓기가 이루 말할수 없는 자로서,
낚시가 잘 안된다 싶으면, 평소에 하고다니던 꽁지머리를 남몰래 풀어서 물에 담궈 그 지독한 머리냄새로 동족들을 불러모아 머리카락 수대로
고기를 낚아내는 악랄하기가 이를데 없는자 입니다, 특히 섬강일대의 형제들이 그자의 꽁지머리 담구기 신공에 속절없이 당해
집집마다, 가족을 잃지 않은 집이 없다 하옵니다..“
“마지막으로, 조지비랑(鳥指飛郞)이라는 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상한 기구를 타고 다니 는데, 이 기구위에서 떡딩폭탄을
대책없이 떨어뜨려 깊은곳에서 잠자고 있던 동족잉어 들 까지 유혹해 속절없이 포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그자는 손재주가 뛰어나, 한밤중에도 대낮같이 밝은 이상한 전등기구를 만들어 낮밤을 가리지 않고 동족포획에
여념이 없는 아주 위험하고, 잔인한 자 이옵니다..“
허잡잉어의 말이 끝났지만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다. 다가올 위험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감과 너무도 무서운 초 고수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명된 이 판국에 누가 감히 선뜻 나서서 좌중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겠는가?
이때였다,
“헤헤헤, 용왕폐하 소신이 드릴말씀이 있습니다만.....”
지금까지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딴판인 촐랑거리는 소리가 한쪽 구석에서 흘러나왔다.
모두들 이런 중요한시기에 누가감히 저렇게 가볍고 명랑한 소리로 분위기를 깰까? 하면서
질책의 눈으로 소리가 들리는쪽을 쳐다보는데,
“헤헤, 소신 대청배스총관 문안 드리옵니다.”
회의내내 딴청만 피고 있던 대청국(대청호)의 잡고기 대신 대청배스총관이 촐랑거리며
용왕앞으로 나서는데, 모두들 애써외면 하려한다.
“그, 그래 대청총관 말해보구려.....” 마지못해 용왕이 아는체를 한다.
배스총관이 잠시뜸을 들이더니 이내,
“삼일동안 줄창나게 회의만 했더니... 헤헤헤, 소신이 허기가 져서요.. 네...”
“저런 고얀놈이 있나..”
“지금이 때가 어느땐데..”
“역시 잡고기는 할수 없어 외국에서 온 주제에...”
불만과 질타의 소리가 여지없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용왕의 얼굴에 수심이 더욱 깊어만간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손님들을 초대해놓고 삼일간 쉬는시간도 없이 회의만 했으니
저런소리가 나올만도 하지않겠는가?
“자, 대청총관의 말도 일리가 있소 자 여러분 모두 연회장으로 가십시다.”
“모두들 저를 따라오십시요.”
용왕이 앞장서자 좌중은 못이기는체 하며 따라나서기 시작했다.
충주호는 과연 넓었다. 물길은 삼백리요 가장 깊은곳은 백장이 넘는곳도 있으니
과연 전국 제2의 호수답게 넓고 깊고 경관도 빼어난 곳이었다.
용왕을 따라나선 일행은 주위의 빼어난 경관을 구경 하면서 연회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조심들 하세요 왼쪽에 그물입니다” 장어대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헛” “으쌰” 모두들 힘을내 조심스럽게 그물을 통과한다.
“앗!!, 이번에 오른쪽에 정치망 이닷... 조심들하세요”
정치망 안에는 수많은 고기들이 갇혀 살려달라고 울부짖고있다. 간신히 정치망을 피한
일행은 좁은 물길 통로를 따라 연회장인 듯한 넓고 평평한 장소에 올랐다.
올라온 일행들은 여기저기에 털썩 주저앉으며 여기까지 힘들여서 온 피곤함을 진수성찬 으로 달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갑자기 용왕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한다.
“여기가 아닌가벼.....”
“꽥”
“허거덩”
“윽, 잉어살려”
기껏 죽을힘을 다해 수많은 그물을 피해 연회장 이랍 시고 천신만고 끝에 도착했는데,
여기가 아니라니 용왕을 따라나선 물고기들이 맥이 빠질만 도 했다..
요즘들어 부쩍 용왕의 기억력이 감퇴 하는게 아무래도 예전의 힘차고 활력있던 시절은
이미 다 가버린 것만 같았다. 용왕은 그런 자신이 왠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화려했던 지난날은 다 어디가고 연회장조차 찾지못하는 퇴물로 전락한 자신이 서글퍼
자기도 모르게 용왕은 두눈을 질끈감고 옛날을 회상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청평잉공주님 맛 좀 보셔요 정말 기가 막혀요”
“어머, 이렇게 맜있는 음식은 첨 먹어봐용... 호호호... 태자님도 좀 드셔요”
“워메 이런 음식은 첨이여, 안동에서 이리루 올까부당..”
“아니 안동 백연어세자님, 일루 오시면 안동은 누가 지키구요?”
“와 죽이는 거머리 구이네, 대청국 에는 이런건 없어, 군간 쏘가리 대감니-임 한번 드셔보세요,
얼마나 쫄깃하고 고소한지.. 장어대신도 사양하지말구 이리와“
“아니, 뭐라구 ? 음식? 그것도 맛있는??......”
순간 용왕의 머릿속에서 번갯불이 번쩍였다.
“ 안.................................................돼 !!!!!!!!!!!!
먹 지 마 랏 !!!!"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소양잉태자의 주둥이가 하늘로 향하는가 싶더니 사정없이 수면을 향하여 솟구친다.
끽소리 못하고 소양 잉태자는 이미 수면위에 가로 누워있다.
청평 잉공주도 주둥이에 박힌 바늘을 털어내려고 애를 쓰면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보지만 그럴수록 바늘은 더욱 깊이 파고든다.
욕심 많은 대청 배스총관도 이미 아가리에 거머리를 잔뜩 물고 있는 채로 수면에서 퍼득 거리고 있다.
용왕은 아차 싶었다. 미리 주의를 주었어야 하는건데,
아무래도 그자 같았다. 지난 몇 년간 봄만 되면 신방을 차리기 위해 서둘러 떠났던 첫째, 둘째, 세째가 여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상류여울에서 봄만 되면 나타나서 사정없이 동족을 포획해가는 무서운 고수가 있다는 것이다.
청풍자객(淸風刺客) 바로 그자가 틀림없다.
왜(倭)국에서 무기를 불법으로 수입해서 잔인한 방법으로 동족을 해치는 바로 그자
청풍자객....
내가 왜 진작 조심을 안 시켰던고..
어쩐지 그자의 잔인한 무기인 초강력 울트라 슈퍼떡딩이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그자도 대물잉방에?
용왕의 얼굴이 탄식과 절망으로 찌푸려 지며,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아 잉어신 이시여..... 저희를 굽어 살피소서.......
정녕 잉어제국은 이렇게 허무하게 멸망 하고야 마는 건가요 !!!“
잉어제국의 멸망 - 대국 -
초봄의 아름다운 향산 풍광